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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지는 날씨, '일본뇌염' 모기 주의보... "백신·기피제로 예방"


질병관리청은 올해 처음으로 일본뇌염 매개 모기인 '작은빨간집모기'가 제주도에서 확인되자 3월 20일 전국에 일본뇌염 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후 4월 8일에는 여수와 울산에서도 매개 모기가 잇따라 발견됐다. 기온 상승으로 모기 출현 시기가 해마다 앞당겨지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뇌염은 대부분 가벼운 증상에 그치지만, 바이러스가 뇌로 침투해 뇌염으로 진행되면 사망률이 20~30%에 달하고 생존자에게도 심각한 신경계 후유증을 남긴다. 감염내과 전문의 임재형 교수(인하대병원)와 함께 기후변화로 달라진 일본뇌염 위험 환경과 예방 및 관리 수칙을 짚어봤다. 

기후변화로 '매개 모기' 활동 기간 길어져... 서식지 도심까지 확대
작은빨간집모기는 통상 3월 말에 첫 출현해 8~9월에 개체 수가 정점에 달하는데, 올해는 이 출현 시기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지난해보다 제주에서는 약 7일, 울산에서는 약 6주, 호남권에서는 약 3개월 앞서 매개 모기가 확인됐다.

출현 시기가 빨라질수록 전파 사이클도 길어진다. 임재형 교수는 "봄부터 모기 개체 수가 늘기 시작하고, 고온의 여름을 거치며 바이러스 전파가 활발해진 결과가 가을 환자 급증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일본뇌염 환자는 9~11월에 집중되는데, 매개 모기의 활동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 감염 위험도 함께 커진다.

매개 모기가 출몰하는 지역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논, 축사, 물웅덩이가 많은 농촌이 고위험 지역으로 꼽혔지만, 기후변화로 매개 모기의 서식 가능 범위가 도심으로까지 확대되면서 도시 거주자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임 교수는 "야외 노출 빈도가 농촌이나 도심으로 구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위험 요인이 된 만큼, 누구든 모기 물림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50대 이상이 특히 위험... '면역 공백' 세대 주의해야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상당수는 무증상이나 가벼운 증상에 그치지만, 국내 중증 환자와 사망자는 50대 이상 고령층에 집중돼 있어 해당 연령대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임재형 교수는 이 배경으로 '면역의 공백기'를 꼽았다. "40대 중반부터 60대는 1971년 도입된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NIP)의 혜택을 온전히 받지 못했거나 접종력이 불분명한 세대다. 과거보다 위생 환경이 개선되면서 자연 감염을 통한 면역 획득 기회도 줄어, 현재 국내에서 가장 높은 비중으로 면역 사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70대 이상은 여기에 더해 복합적인 위험이 겹친다. 임 교수는 "면역 공백에 불완전한 백신력, 면역 노화, 기저질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감염 시 급성 뇌염으로 이행될 확률과 사망률이 높게 나타나는 연령대가 바로 70대"라고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따라서 뇌염으로 악화되기 전, 초기 위험 신호를 미리 인지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에는 발열, 두통, 구토처럼 일반 바이러스 감염과 구분하기 어려운 증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임 교수는 "고열이 지속되면서 멍해짐, 이상행동, 헛소리, 심한 졸림, 경련, 팔다리 힘 빠짐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면 뇌염 진행 신호일 수 있으므로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급성 뇌염 진행 시 신경계 합병증... 20~30%는 사망에 이르기도
일본뇌염이 급성 뇌염으로 진행되어 입원할 경우,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사망률이 20~30%에 달한다. 생존하더라도 30~50%의 상당수는 중증 신경계 합병증을 겪게 된다.

임재형 교수는 "일본뇌염 바이러스는 특히 기저핵, 시상, 뇌간을 집중 공격하므로 사지 마비, 보행 장애, 감각 이상 등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며 "뇌간이 손상되면 생명 유지 기능 자체가 위협받고, 연하곤란, 구음장애, 인지 장애, 성격 변화 등 다양한 후유증이 동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가역적 세포 손상이 생기더라도 손상된 신경 주위의 정상 세포가 기능을 보완할 수 있는 만큼, 발병 후 1년 사이의 집중적인 재활 치료가 기능 회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예방이 최선... 백신 접종·기피제 사용, 올봄부터 챙겨야
일본뇌염은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대증 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예방 접종과 모기 물림 방지가 현재로서는 최선인 셈이지만, 영유아와 달리 성인은 백신 접종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현실이다.

임재형 교수는 "면역력이 저하된 고령층, 접종력이 없거나 불확실한 성인 중에서 위험 지역 거주자, 농촌·축사 인근 활동자, 일본뇌염 위험국가 여행자 등은 접종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 선택할 수 있는 백신은 1회 접종만 하면 되는 '생백신'과, 불활성화 백신인 '사백신'으로 나뉜다. 생백신은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면역저하자는 사백신을 우선 검토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 건강 상태와 노출 위험을 함께 고려해 의료진과 상담한 뒤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백신 접종과 함께 일상 속 모기 물림 예방 수칙도 빠뜨릴 수 없다. 임 교수는 "모기는 어두운색에 유인되므로 야외 활동 시 밝은색의 긴 팔, 긴 바지를 착용하고, 식약처 승인 성분인 DEET나 이카리딘 계열 기피제를 3~4시간 간격으로 노출된 피부나 옷에 뿌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강한 향수나 향이 짙은 화장품도 모기를 유인할 수 있으므로 야외에서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기후변화로 모기 활동 시기가 빨라지고 범위도 넓어진 만큼, 예년보다 더 이른 시점부터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면역 사각지대에 놓인 중년층, 고령층이라면 백신 접종 여부부터 확인해 두길 권한다.